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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슈

환생동물학교 : 인연을 마주하는 자세

by ○●◎●○ 2020. 5. 7.

어릴 적에는 문학, 수필집 같은 책을 좋아했다면 오히려 역으로 다 커서는 만화, 웹툰을 즐겨본다.

무채색의 반복적 일상을 벗어나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총천연색의 상상을 하고 싶은 걸까?

환생 동물학교는 Ellen Sim 작가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제목 그대로 무지개다리를 건너 환생 학교에 모인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주요 등장 동물들의 특징은 '사람과 함께 살아온'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착하게 산 동물은
인간으로 환생할 준비를 한다.

강아지, 고양이, 하이에나, 고슴도치, 악어... 다양한 동물군의 여덟 친구들. 어떤 과정을 통해 환생할 자격을 갖추는지가 주요 스토리다. 사람으로 태어나려면 동물적 습성을 잊어야 하는데, 이 습성이 사라지려면 최종적으로는 제일 아끼고 사랑했던 기억들을 잊어야 한다. 일생을 함께 살아온 주인이 마음의 중심에 있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정들..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통해 동물 친구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고 이끌어주며, 점차 발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 뿐만 아닌 주변 등장인물들(선생님, Peeps 등) 또한 든든하게 동물 친구들을 지원해준다.

 

환생 동물학교는 엘렌 심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따듯한 색감과 탄탄한 캐릭터 구성 및 안정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져 잔잔하지만 매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의 아주 작은 멘트나 표정도 다시 눈여겨볼 만큼 섬세한 포인트를 가진 작품이어서 보고 또 봐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웹툰에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하여 덧글로 와글와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읽는 것도 재밌다. (댓글이 재밌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웹툰으로도 다시 정주행을 했다!)

 

 


잊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캐릭터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깊이가 있어서 그런가 아이들의 특징이 사라지게 되는 순간마다 눈물을 왈칵 쏟았다. 사랑했던 주인을 잊으면 꼬리가 다 사라진다? 그건 아닌 듯하다. 이전의 삶 속에서 좋았던 것, 싫었던 것들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했던 것 아닐까.

 

 

내가 받았던 사랑을 다른 이에게 베풀어 주는 것, 나를 자책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타인의 시선에 맞춰 행동하며 사랑받으려 하기보다 나 자신을 제일 아껴줄 것, 힘든 순간에 나보다 더 나를 생각해 준 누군가로 인해 극복할 용기를 갖는 것, 누군가를 위해 진심을 다해 배려하는 것, 그리고.. 사랑했던 순간들을 결코 놓고 싶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할 행복한 순간을 위해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오 눈물..)

 

 


마주하는
소중한 인연(因緣)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동물과 함께 커온 나에게는 각 아이들의 에피소드마다 아픈 기억과 좋은 추억 모두를 떠올리게 했다.  

그 작은 생명체를 통해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죽음이라는 이별을 알게 되서일까. 사랑하는 존재의 나이 듦을 지켜보며 '내 생명 10년, 20년을 줘도 되니까, 같이 30살까지 살다가 같이 떠나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다시는 그렇게 사랑하지 않을 거야! 또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 라며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어느샌가 책 속의 맷처럼 점차 내면의 슬픔을 극복해나가고 내가 주고받았던 사랑과 행복을 나눠주고 더 좋은 내가 되고자 여러 가지를 익혀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제일이야.', '인간다움이란 이런거야.'라는 인본주의적 바탕과 관념을 벗어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마주하게 되는 소중한 인연에 대하여 진심을 다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존재와 느끼는 행복한 순간의 뒤에 찾아올 이별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만남이란 언젠가 이별을 하게 되어 있다. (전제로 하고 있다.라는 표현은 슬퍼..) 다음 생에서 꼭 행복하라는 다람이 주인의 소원을 다람이가 받아들였듯이, 우리는 항상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향해 나아가고 더 큰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

다람이의 환생을 기원했던 주인이 한참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생의 마지막에 다람이가 마중 나와주길 바란 걸 떠올리면, 나도 마찬가지여서 눈물이 왈칵 났다. 자유롭고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고 그리운 존재.

 

환생 동물학교는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감정들을 어떻게 이렇게 다 알 수 있는 건지 싶을 만큼 놀랍도록 편안하게, 따듯한 상상력으로 담아냈다. 이 또한 사람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사후세계 이야기겠지만 만남과 이별, 그 안의 사랑은 살아 숨 쉬는 동안 항상 함께 할 것이기에 참고하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적어도 마음 한편이 따듯해질 것만은 분명하기에.

 


 

-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그리고..

- 굿즈를 너무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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